다리 세개짜리 의자.

먼지쌓인방 2008. 7. 8. 21:35 posted by yeena,

마음 한 가운데에 의자를 끌어다 둔다.
의자에는 언제든 흔적 없이 떼어 낼 수 있는 노란 포스트잇이 한장 붙어있다.
포스트잇 위에는 몇번이고 고쳐 쓴 네 이름이 정성스레 쓰여있다.
그리고 그 의자를 너의 자리라고 부른다.

마음 속 한 구석을 '너를 위해 비워둔다.' 말한다.
늘 남의 얼굴에는 빈 자리를 비춰 보이고,
신촌역 3번출구 맥도날드 앞의 사람들 처럼 누군가를 기다리는 사람들 사이에 섞여들어 간다.
그들을 흉내내어 약속시간을 기다리는 양 시침에 시선을 드리운 채.

이미 의자위엔 뽀얗게 먼지가 쌓이어 가고
힘 없이 붙어있던 포스트 위의 네 이름도 오래된 글씨처럼 희미해져간다.

바닷속 깊은 곳 수 없이 많은 촉수를 드리운체 바닥을 기어 다니며
먹이를 찾는 한마리 탐욕스런 불가사리 처럼,
누군가라도 빈 자리를 채워 줄 사람을,
끊임없이 너 아닌 또 다른 타인을 찾아 헤맨다.

너2를 만난다.
가을 날 가지에 걸려있는 낙엽처럼 포스트잇따위는 떼어버리고
또 다른 너의 이름을 써 의자에 붙여둔다.
그리고 마음 한 구석을 너2를 위해 비워둔다.

언제든 바꿀 수 있는 의자의 주인.
잊혀질 수 없이 많은 너 인데,
의자가 비어진 순간에 너를 오직 단 한사람인 척 군다.
네가 떠나면 수 없이 많은 잊혀진 너를 위해 눈물을 흘린다.

천박한 창녀처럼,
이리 저리 마음을 섞고 눈물을 흘리며 감정을 허비하는.
낡은 마음 속에 다리 세개 짜리 의자를
누가 볼까 주변을 두리번 거리며,
소중한 보물인냥 품에 품고는 버리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