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사리 여자

먼지쌓인방 2009. 4. 17. 13:25 posted by yeena,

눈 먼 고기 하나 없는 모난 바다에 등을 대고,

식어버린 한 덩이 재 같은 나를 끌어 안으며 침몰하는 밤.

금속성의 하늘엔 방추형의 모난 얼굴 하나가 걸린다.

 

미웁다.

네가 참, 미웁다.

 

나는 모진 말로 너를 상하려 하고, 네게 돌을 던진다.

네가 팔이 잘리우고 아프다 울음을 터뜨리고 나면,

나는 달려가 너를 안고 미안하다 함께 운다.

 

나는 네 생채기가 아물기도 전에 또 돌을 던지고, 너를 짓이긴다.

네 잘린 팔이 다시 돋아나는 수만큼 우는 너를 안아 달랜다.

나는 황금처럼 너를 안고 사랑한다 함께 흐느낀다.

 

깊은 바닥으로 노란 수선화 한 송이 떠와 내려앉으면

나는 침몰하는 별, 오르도비스기부터 그래온 것처럼,

반짝 하고 빛나는 숨을 내 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