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조 속의 여자.

여자이야기 2009. 1. 22. 23:13 posted by yeena,

핸드폰을 열어 시간을 확인했다.
알람은 14분 정도 남아있었다.
하지만 일어나야 겠다고 생각했다.

여자는 벌써 30분째 침대 위에 엎어져 있었다.
주중의 아침은 누군가 짜놓은 음모처럼 매일이 똑같았다.
여자는 억지로 침대에 붙은 몸을 떼어내어 곧바로 욕실로 향했다.
습관적으로 입고 있던 티셔츠와 무릎이 툭 튀어나온 바지와 속옷을 벗어
걸어나온 자취위에 차례로 흩어 두었다.
바싹 마른 욕실 바닥에 뼈와 핏줄이 선명한 발등 두개가 내려섰다.
노란 조명아래서 거울 속을 들여다 보았다.
번들거리는 코와 푸석한 볼을 한 헝클어진 머리의 여자가 서있다.
헝클어진 것은 여자의 머리가 아니라 여자 그 자체 처럼 보였다.
타인의 것처럼 느껴지는 광대 언저리에 손바닥을 얹고 얼굴을 가리고 한숨을 쉬었다.
아침마다 여자는 후회했다. 
그녀는 아침이 시작되었던 것을 후회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