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구예찬

먼지쌓인방 2008. 12. 6. 22:30 posted by yeena,

중구는 나에게 별천지이다.

나는 중구가 서울에서 제일 재밌는 동네라고 생각한다.

'중구'라 함은 꽤 넓은 지역을 포함하는 범위이다.

정확히 말해서 그 넓은 중구중에 내가 좋아하는 곳은

263번 버스가 가로질러가는 중구의 아주 일부분이라 해야할 것이다.

 

나는 중구에서 태어나지도 않았고, 살아본적도 없다.

그런데 중구에 위치하고 있는 263번 정류장은 거의 모두 마음에 든다.

특히 퇴계로나 남대문 시장같은 곳을 지날때면 

나는 버스창에 바싹 달라붙어서 바깥의 세상에 둔 시선을 거둘줄 모른다.

도꾜의 오모떼산도같이 한산함이나 산뜻한 맛은 없지만

길에 주욱 늘어선 노점들과 노점의 알록달록한 과일들,

골목골목으로 이어진 시장과 사람들,

길 양쪽으로 쭈욱 늘어선 애견센터,

그 유리가게 안에 꼬물대고 있는 작은 강아지,

완구점 모형 장난감 처럼 차곡차곡 늘어서 번쩍거리고 있는 오토바이들,

캔커피와 담배를 양손에 들고 번갈아 마시는 사람,

영화관앞의 연인들과 그들 사이를 비집고 지나가는 베스파를 탄 남자,

왠지 한남동과는 조금 다른 분위기의 갤러리와 스튜디오들.

 

사람들과 사물들 그리고

그들이 빚어낸 혼잡함으로 채워지는 공간.

조밀하게 채워진 그 다양함의 공간과 아주 작은 틈새의 여백은

분명히 매력적이다.

 

전같음 뭔가 허접스럽다 느꼈을 풍경인데도,

버스창의 프레임안에 담아보는 시선이 애정어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