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업.

먼지쌓인방 2009. 1. 14. 18:01 posted by yeena,

자주 가던 그 가게가 폐업을 했어.
사실 그렇게 자주 갔던건 아니었지.
자주 가기엔 좀 멀었어.
회사와 집 그 어디와도 가깝지 않았거든.

난 그 가게를 좋아했어.
1년에 고작 몇 번이었지만 퇴근길 어떤 날에 문득 그 집이 떠오르곤 했으니까.
그런데,
몇일 전 그 집을 찾아 갔을 때.
문 앞에 붙어있는 손바닥 만한 쪽지에 적힌

' 개인적인 사정으로 폐업합니다. 죄송합니다. 감사합니다. '

라고 쓴 글씨가 얼룩 덜룩 빗물 자국 모양으로 꽤 번져 있는 걸로 봐서.
비가 왔던 지난달 언제쯤, 혹은 그 전 쯤 문을 닫았겠거니 잠시 생각할 수 있었어.

그 집 말야. 썩 맛이 괜찮았어.
주인이 곧 잘 흥분을 하는지, 때론 좀 짜기도 했지만 말야.

난 그 집이 괜찮았다고. 

여자 주인은 말이 없는 편이었지. 그다지 친절하지도 않았어.
하지만 젖은 손으로 내어놓는 식사는 표현하지 않는, 내면화된 친절이 묻어있었달까.
뭐 그런건 설명하긴 어려워. 그냥 느낌이지.

몇개 안되는 메뉴중에 하나를 골라 주문해두고 기다릴 때
내가 앉은 자리의 반대편에 주방이 있었는데.
요리하는 모습이 언뜻언뜻 보이는 자리였어.
여자는 냄비에 물을 데우며 노래를 흥얼거렸어.
그것은 때로는 끊일 듯 끊이지 않고,
때로는 예상치 못한 음의 전개였지만. 그게 거슬리지 않았단 말이지.
아니, 나는 그 흥얼거림을 좋아했어. 그랬던 것 같아.
언젠가 나 역시 그녀의 모습을 떠올리며 흥얼거린 적이 있었거든.

닫혀진 문 앞에서 또 한번 그녀의 모습을 떠올렸어.
이내 발걸음을 돌려 골목을 걸어나왔지.
모퉁이를 돌아 큰 길가로 나왔을 때
조금 서글픈 마음이었어.

마치 세상에 더 이상 갈 곳이 없어진 사람마냥
나는 떠돌았지.

그리고
곧 다른 가게로 들어갔어.
그런데 식사를 주문하고 기다리는 동안
쪽지의 마지막 말이 말야,
' 죄송합니다. 감사합니다. '
죄송하고도 감사하다는 말이 어색해 마음에 자꾸 걸렸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