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좋아해?
ㅡ 널 싫어한다고 생각하니?
단 한번도 내게 좋아한다 말하지 않은 너.
돌아서 가는 나를 붙잡을 자격.
너 한테는 없잖아.
미련스레 이어왔던 너와의 감정을
애써 자르려는 내게 어쩜 그럴 수 있냐고 말할 자격.
너 한테는 없어.
넌 단 한번도 나를 사랑하지도 좋아하지도 붙잡지도 않았으니까.
눈 먼 고기 하나 없는 모난 바다에 등을 대고,
식어버린 한 덩이 재 같은 나를 끌어 안으며 침몰하는 밤.
금속성의 하늘엔 방추형의 모난 얼굴 하나가 걸린다.
미웁다.
네가 참, 미웁다.
나는 모진 말로 너를 상하려 하고, 네게 돌을 던진다.
네가 팔이 잘리우고 아프다 울음을 터뜨리고 나면,
나는 달려가 너를 안고 미안하다 함께 운다.
나는 네 생채기가 아물기도 전에 또 돌을 던지고, 너를 짓이긴다.
네 잘린 팔이 다시 돋아나는 수만큼 우는 너를 안아 달랜다.
나는 황금처럼 너를 안고 사랑한다 함께 흐느낀다.
깊은 바닥으로 노란 수선화 한 송이 떠와 내려앉으면
나는 침몰하는 별, 오르도비스기부터 그래온 것처럼,
반짝 하고 빛나는 숨을 내 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