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호의와 호감.
원래 친절이 몸에 밴 사람이 베푸는 '호의'를
'호감'으로 착각하게 되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라는 것을
나는 누구보다도 너무 잘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머리는 단지 '호의'라는 걸 알고 있는데,
마음은 그냥 '호감'이었음 하는 거.
얼마나 더 이성적인 사람이 되어야 착각하지 않고
단지'호의'에 불과한 상대의 행동들에 설레어 하지 않고 살 수 있을까?
'잘해주지 마세요.'라고 선언하기엔 뭔가 매끄럽지 않다는 기분이 심하게 든다.
나는 절대 이성적인 사람이 아닌데. 나한테는 어려운 일이다. 정말.
#2. 감정이 상황을, 상황이 감정을.
'우리 결혼했어요.'를 봤다. 티격 태격하기만 하던 서인영-크라운제이 커플.
오늘은 티비를 보다가 어느샌가 크라운제이가 서인영에게 빠진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음, 물론 쓰여진 각본에 의한 '연기'에 불과할 수도 있겠지만,
화면속의 크라운제이는 서인영에게 100% 연기의 감정만으론 지을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달까.
'내가 만약에 '가상 결혼 씨츄에이션'에 처해있다면, 나도 그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정시간 삶의 공간을 공유하고, 연인처럼 행동해야하고, 서방이라고 부르고 뭐 그런거.
그러다 보면 전혀 없던 정도 생길 수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면,
서로 전혀 관심없던 두 사람이 주변의 부추김?에 의해 서로에게 관심을 갖게되고 연인모드로
발전하는 것을 종종 본 적이 있다.
입에 담아둔 어떤 감정을 입밖에 내면 그것이 곧 어떤 힘에 의해서 현실화 는,
뭐 그런 거?ㅡ분명 감정이란건 어떤말로도 정확히 표현하기 어렵지만ㅡ.
다시 '우리 결혼했어요'로 돌아가보면,
사랑이라는 감정이 생겨 상황이라는 것을 만드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지만,
상황이라는 것이 감정을 만든다는 생각도 든다.
어떻게 보면 사랑이라는 감정이 단지 상황에 의해서도 생길 수 있다는 것.
과학동아에 사랑이라는 감정도 '뇌의 화학작용'에 불과하다는 기사를 읽었을 때,
사람의 감정까지도 과학으로 설명할 수 있음에 놀라움을 느끼면서도 한편으로
참 허무하고도 씁쓸했던 기억이 난다.
그래도 상황에 의해서 만들어 지는 감정은 '뇌의 화학작용'이라는 말보다는 덜 씁쓸하니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