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옷을 정리하다.

먼지쌓인방 2008. 3. 27. 01:30 posted by yeena,

겨울옷을 정리하다 코 끝에 스친 향기로 그 날을 회상한다.
차갑고 하얀 눈의 향기가 옅게 묻어난다.

'너와 많이 닮았다.' 고 잠시 생각한다.

새하얀 시트 위에 네가 머문 자리를 가만히 손으로 쓸어보면
눈의 향기가 난다.

그 위에 가만히 볼을 대어 너를 기억하려고 애를 쓴다.

머리에 떨어진 눈을 떨구고
얼어버린 손을 쓱쓱 비비며
나의 공간에 들어와
어색한듯 잠시 붉어진 얼굴을 떠올린다.
그리고 잠시후 온기를 되찾은 너의 동선마다
느껴지던 향기를 기억한다.

반듯한 쇄골
그리고 안정감을 주는 적당히 굵은 목선을 따라
두근대는 너의 심박마다
은은하지만 생동감 있게 떠다니던
향기 분자의 근원을 찾아내려 애쓴 나를 기억한다.
서로를 읽고 기억하는 동안
달라진 나의 향기를 알아채던 너의 모습도 기억한다.

서늘한 옷깃에 잠시 묻었던 얼굴을 거둔다.
그날의 차가운 눈과
뜨거운 그날의 네가
향기로 추억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