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 후, 그의 품에 파고든다.

먼지쌓인방 2008. 1. 24. 22:44 posted by yeena,
가만히 몸을 돌려 그의 옆모습을 응시한다.
물기로 달라붙은 몇가닥의 머리칼, 가만히 감은 두 눈.
그리고 그 아래 검은 속눈썹. 조금은 물기없이 말라버린 입술과 볼.
그리고 땀방울이 맺힌 옆머리, 턱 아래까지 고르게 자란 수염.

나는 그를 읽기 위해 애쓴다.
'기억하고 싶진 않다.'라고 생각하지만 이미 그의 옆모습에 얼마간의 시선이 머문다.
그의 옆모습을 바라 보다 근원 모를 슬픈 감정이 일어 이내 돌아눕고 만다.

그가 핏줄 몇개가 선명하게 도드라진 팔을 움직여 내 허리를 감는다.
'나는 이런 팔이 좋아.'라고 말하며 나는 그의 팔을 읽어 내려간다.
그의 팔을 쓸어내려가는 짧은 시간동안에
그가 보여주었던 아름다운 몇개의 씬을 떠올려본다.

곧 체온이 약간 올라간 그의 가슴을 등으로 느낀다.
나는 그의 품 안에 있으면서도 각인되어버린 그의 옆모습을 떠올릴 수 있다.
그리고 나는 '이 우주에서 가장 외롭다.'고 느낀다.
나는 작은 목소리로 안기기를 청한다.
그는 아무런 의미없이 더운 가슴으로 돌아누운 나를 품는다.
나는 조용히 그리고 가만히 눈물을 흘린다.

나는 아무리 애를써도 그의 전부를 읽어내지 못한다.
그의 무게, 그의 웃음, 그의 피부와 살내음, 그의 수염, 그의 팔과 손길, 그의 목소리와 그의 땀.
그의 입술, 그리고 그안의 혀, 그가 내뿜는 숨결, 반듯한 쇄골, 알 수 없는 눈빛 그 모두가.
내곁에 머무르는 이것 전부가 그의 절반도 되지 않는 다는 사실을 나는 실감한다.

나는 이미 알고있었다는듯이 익숙히 눈가의 물기를 문지른다.
그는 감았던 팔을 풀고 시간을 확인한 뒤, 신속히 그에게서 나를 닦아낸다.
그리고 최대한 빠르게 나의 공간으로 부터 빠져나간다.

나는 얼마동안 찬기운이 가신 콜라캔처럼 누워있다.
가만히 고개를 들어 시트위에 흐릿하게 남은 그를 본다.
무엇 특별한 것이라도 생각난 양 자리를 털고 일어나 거울을 보며 번진 눈화장을 고친다.
나는 침대시트를 벗겨 무심하게 세탁물 바구니에 쑤셔넣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