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부초밥 이야기.

반토막의정어리 2007. 3. 27. 02:56 posted by yeena,

#1
고등학교때,타지역으로학교를다녔기때문에아침일찍일어나서봉고차를타고등교했었는데,
나는워낙아침잠이많은데다가입이깔깔해아침을거의못먹었었다.
늘늦잠을자던나에게아침은워낙바쁜데다가가리는음식도많았던내가유일하게
맛있게먹고가는아침은'유부초밥'이었다.
엄마가수험생밥먹이기의수단으로유부초밥을근처의풀무원공장에서1박스사다가
한달내내아침마다유부초밥을싸주신적이있다.

한달후에,
그좋아라하던유부초밥이물려,결국그냥아침밥을먹었다.
엄마 win!


#2
유부초밥은이상하게잘하든지못하든지굉장히비슷한맛을낸다.
가루뿌리고,소스뿌리고,유부에퐁당집어넣으면되는간단조리법의탓인가,
정말맛있고없고의차이가별로없다ㅡ고생각했다.

고3때기숙사룸메엄마가
내가유부초밥을좋아한다는말을듣고
일요일날기숙사로돌아오는길친구편에유부초밥을싸주셨는데,

겉보기등급은분명A+급이었다.
은행,표고,쇠고기,당근,우엉,피망어느하나빠진게없었다.

한입먹고나서,나는울뻔했다.

왜냐면.
왜나면.
왜냐면,
왜냐면,
왜나면,
왜나면,

맛이없었다-_-
간이정말안맞았다.
유부에서물기너무짜면맛없다.

결론은,맛없는유부초밥도있었다.


#3
고기도먹어본놈이잘먹는다고,
소싯적에유부초밥좀먹었던난,유부초밥을잘만든다.

뭐그깟인스턴트유부초밥뭐가어렵냐지만,사실손이많이간다.

레시피ㅡ
1.밥두공기정도를볼에넣고잘식힌다.
밥은약간고슬고슬하게지은게좋으며금방한밥도,한지오래된밥도안좋다.
밥한지'적당~히'지난밥이좋다(?)

2.유부초밥봉지를뜯어서배합초와뿌시러기를뿌린다.
배합초가모자라면식초+설탕으로배합초를더만들어도되고,
뿌시러기가허전한사람은야채랑쇠고기따위를볶아서넣어도맛있다.

3.유부봉지를뜯는다.봉지째로잡고눌러서물기를짠다.
너무짜면에피소드2에서말했듯이,맛없다,정말,적당히짜라.
약간남은국물(?)은밥에다가부어줘도좋다.

4.밥을뭉쳐서유부속을채운다.
유부속에밥이적당히들어가서빵빵하게채우면좋다.
너무채우면터진다.터지면먹는다.
그런데만들다가먹다보면배불러서정작맛볼때는배불러서별로맛이없다.
또는,터진거먹다보면다먹어버릴수도있으니주의.
주의2)너무쪼물쪼물딱하면짜진다.

5.계란물로밥부분을봉하면도시락용유부초밥완성!


#4
유부초밥의모양은참귀엽다.요즘은사각형도있고,다른모양도많긴한데,
나는그삼각형모자모양이제일좋다.

후드티셔츠의모자부분을연상시키는아주산뜻한모양이다.
특히나밥이보이는부분에계란물을입혀서살짝구워내면더좋다.


#5
고3수능시험날나는점심도시락으로유부초밥과미소시루된장국을보온병에넣어갔다.
점심시간에애들하고모여서밥먹는데,애들이ㅈㄴ의아해했다.

결과는...
결과는...
결과는...
결과는...
결과는...
결과는...
시험망했다.

애들말로
초밥->시험초치고,
김밥->시험말리고,
죽->시험죽쑨다,
...

싸오지말아야할것들중에초밥이있었던거다-_-
1년간유부초밥을원망했다.

그래서,
재수할때는초밥안싸갔다.
근데또망했다ㅡ,결국유부초밥탓이아니었다.


#6
유부초밥먹을땐당연한듯미소된장국이다.
후룹후룹


#7
아침에챙겨먹으라고밤12시에유부초밥을만들고카레를데우고있다.
그야말로
미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드나잇쿠킹이다.

난늦잠을잔다.
내가자고있을때,내가만든유부초밥을야금댈사람생각에미드나잇쿠킹도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