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생이 된다는 것.

반토막의정어리 2006. 2. 27. 00:42 posted by yeena,

새로칠한매니큐어와손톱이
망가질까봐걱정되고속상하지만,
양말과속옷은꼭손으로문질러빨아야하고.

현미쌀과브로콜리가떨어지기전에꼬박꼬박사야하고,
현미쌀은잘불려서일반쌀보다물을많이넣어야,
밥이보드랍게되고,
브로콜리는억센부분은다듬어서,
끓는물에소금을넣고살짝데쳐야색깔이예쁘고.

두여자가사는낡은자취집에는쓸고닦아도왜먼지가쌓이니,
머리카락은도대체얼마나빠지는거니,
바닥은쓸고닦아도늘지저분해보여.
긴머리의두여자가사는자취집에는
향이좋은샴푸와린스는늘여분이있어야해.

세탁기는하루에두번이상돌아가고,
섬유린스가떨어지면누가먼저랄것도없이사다놓는게규칙이야.

지퍼락이니락앤락이니하는밀폐용기는싸이즈별로모양별로찬장가득차지하고ㅡ,
랩과비닐백쓰레기봉투휴지는모두넉넉하게준비되어있어.

올라올때없었던가방이니옷가지니한방가득차지해버리고,
자질구레한화장품은정리상자안에,향수는병이크니까그위에정리해야해.

전엔손도대기싫었던화장실변기,
왜화장실전용세제로닦고또닦아도꼭몇일후면물때가끼어있니,
구역질나지만변기를마주하고이곳저곳닦아야마음이편하고
화장실바닥까지솔로박박문질러닦고나야그래도깨끗하다는생각이들어.

채수구에낀머리칼들은손으로집어서얼른휴지통에버리고
어느여학생의집처럼두가지이상의클렌징폼과바디샤워,
양파모양샤워버블은제자리에있어야해.
잘마른수건은가로로네번세로로세번접어서나란히세워놓아야꺼내쓸때기분이좋아.

일년전엔음식물쓰레기비우기가온갖집안일중에제일하기싫은일이었는데
어떻게든피하고싶은일이었는데
지금은무심한척비위좋게버리지.

열쇠로문을열고아무도없는집에들어오는게익숙해지고
'그아무도없다'는공기속에나를들여놓을때도눈물이나지않지.

내공이쌓인알밥이나,펜네속에볼로네즈소스가들어있는파스타는친구들이오면대접하고.
얼그레이,오렌지피코,블렉페스트,로얄블렌드,다즐링...
선물받은고급홍차는자취생의사치일까.

손이거칠어져,장갑끼면느낌이좋지않아,핑게대며하기싫던설거지는
가끔접어뒀던여러가지생각을할수있는시간이되.

지금도
소형청소기가왱왱거리면서자기맡은바를다하고

잠자기전이런글이나몇자적을수있는.
나는이제는자취2년차프로급자취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