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작년 이맘때 쯤이었을까?
가까운 지인의 어깨에 매달려 따라나온 그를 만난건.
그는 강철의 바디를 가지고 있었다.
나는 무뚝뚝하지만 잠수함처럼 굳은 그가 좋았다.
그와 처음 만났던 그날은 날씨가 꽤 맑았던것 같다.
광화문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걷고있었다.
우리도 그 사람들 속에 섞여 걷고 있었다.
그는 걷는동안 종종 나와 부딪혔다.
나는 낯선 이와의 접촉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우연인듯 아닌듯 그렇게 부딪혀 오는 그가 싫지 않았다.
20여분을 걸어 삼청동 작은 골목길에 위치한 까페에 이르렀을때쯤은
나는 그를 알고 지낸 친구 정도로 여기고 있었다.
사실, 나는 그와 같은 부류를 잘 알지못한다.
몇몇을 얼굴정도만 알고 지내는 정도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그를 유난히도 좋은 인상으로 기억하는 이유는
그의 정직함때문이었다.
가볍고 날렵하지도,
클래식하거나 세련된 외모도 아니었지만,
그는 정말 정직하게 이야기했다.
항상 그는 '철컥'하고 나를 보았다.
그가 눈을 깜빡이며 나를 바라 볼 때.
'나는 당신을 바라봅니다.'
'나는 당신을 기억하고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의 솔직함은 나역시도 솔직하게 만들었던것 같다.
사실 난 거의 상대와 눈을 맞추고 싶지 않아했다.
그 유리알같은 눈앞에서 나는 단 한번도 솔직했던 적이없었다.
아마도, 나는 그 눈앞에서 내가 어떻게 비춰질지 두려워 하고 있었기 때문일것이다.
그의 눈을 통해, 그 자신만의 생각으로 일그러뜨린 나의 모습을 보고있다는 사실은 소름이 끼쳤다.
그러나 그는 조금 달랐다.
아니, 분명 다른이들과는 달랐다.
단한번의 만남이었지만, 나는 그를 좋아하게 되었던것 같다.
왠지 나는,
지금의 나는 제멋대로 크롭해버린 사진처럼
균형을 잃고 망가져버린것만 같다.
가만히 화면속의 나를 바라보면 속이 울렁거리고 토할것만같다.
조잡한 플라스틱 장난감 처럼 나란 사람은 왜,
이다지도,
한없이 키치스러운가?
치솟을대로 치솟아 절대로 이를 수 없는 높기만한 '궁극의 자기애'와
숨쉬는 매 순간 현실속에서 깊을대로 깊어진 '자기 혐오사이'에서
끊임없이 추락하는 지금,
그의 정직함이 절실히 그립다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