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도리의 도꾜크로키.

30인치의여행 2008. 1. 18. 19:52 posted by yeena,
 
2007년 12월 30일 시드니에서 도꾜의 나리따로 날아갔다.
사실, 도꾜에 가는 마음은 그리 유쾌 하지 않았다.
8주간의 호주 여행 동안 나는 많이 지쳐있었고, 외로웠다.
그저 나는 어서 빨리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여행 후반 부터 사진 찍기를 지극히
 게을리 하고 있었고, 도꾜에서도 마찬가지 였다.

하루 사이에 두터워진 옷차림과 갑작스런 추위에 움츠러든 어깨위의 카메라는
그야 말로 실제무게의 서너배의 피곤함으로 다가왔다.

돌아와 보니 도꾜에서 찍은 사진이 몇장 되지 않았고
몇장안되는 사진중에서 내 마음에 드는 사진은 단한장도 없었다.
게으름 피운 나 자신에 대해 후회스러웠다.
좀더 나은 사진을 찍을 수 있었을 텐데 하는 마음은
모니터를 통해 사진을 보는 내내 계속 되었고,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미루고 미루다
이제서야 몇장 손질해 올리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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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사쿠사의 아침.


12월 30일 저녁 6시 도꾜에 도착.
도꾜에 도착했을 때 도꾜는 영상 4도.
나는 반팔티, 후드쟈켓 차림이었고,
9시간의 지루한 비행과
나리따 공항에서 아사쿠사의 숙소를 찾아오는 길에
너무 많이 헤맨탓에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피곤함을 이기지 못해
 잠이 들어 버렸었다.


다음날 아침,
잠을 쫓는 겨울아침 공기를 가슴 속 깊이 불어 넣으며,
 낯선 도시에게,

안녕?



#2
아사쿠사를 추천해.


도꾜에서 여행 하는 동안에는 아사쿠사에 있는
사쿠라 호스텔에서 주욱 머물렀다.

궂이 도꾜에서도 아사쿠사에 머문 까닭은
 일본에 먼저 다녀온 지인의 추천이 가장 큰 이유였다.

나를 잘 아는 그녀가 "네가 좋아할 만한 곳이야."라고 말했다.

나는 그녀의 추천을 100% 믿었고,
그녀의 추천은 200% 만족스러웠다.


카미나리몬게이트 부터 이어지는 카미나리몬 쇼핑센터는
전통적인 물건들과 음식을 파는 상점들로 이루어져 있었고,
일본을 방문하는 여행자들에게는 가장 인기 있는 장소인듯 했다.

시부야는 우리나라의 명동,
하라쥬쿠는 우리나라의 이대,
우에노는 우리나라의 영등포와 흡사했다.

다른많은 곳을 둘러보지 못해, 감히 단언할 수는 없으나,
아사쿠사는 내가 다녀간 곳중에서 가장

 '일본스러웠던곳'이 아니었나 싶다.
특히나 내가 머문 시간 (12월 30일부터 1월4일까지)은
새해맞이 기간이었던 터라, 더욱 그렇게 느꼈는지도 모른다.

아사쿠사의 밤거리는 다른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
12월 30일의 조용하고 한적했던 모습.
그리고 12월 31일부터 1월 3일까지
센소지를 찾는 사람들로 밤새도록 축제를 벌이는 모습.

나는 이방인 이었지만,
한껏 축제 기분을 누릴수 있었고,
나는 붐비는 것을 싫어하지만,
붐비는 인파속에서 새해를 맞는 기분은 낯설지만

기분좋은 독특한 경험이었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
허름한 술집들이 길 양쪽으로 주욱 늘어져 있었다.

낮은 천장에 붉은 등이 매달려 있고,
매일 같이 밤늦도록 이어지는 사람들의 이야기 소리들.

삐그덕 대는 나무로 된 식탁에 둘러 앉아

잔을 부딪히며 웃고, 즐거워하고,
새해를 맞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이 친구들은 내가 카메라 메고 가는 모습을 보더니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해서 찍어줬다.
카메라를 의식하면서 정지 동작을 취해주는 모습이

 너무 재미있어서 웃느라고 사진이 흔들렸는데도
찍고나서 보여주니 잘나왔다고

엄지손가락을 세워주던 유쾌한 친구들.



#3
안녕,2008년?


12월 31일 저녁.

 같은 방을 쓴 런던에서 온 레베카와 센소지에 갔다.
새해를 맞아 소원을 빌기위해 몰려든 엄청난 인파로

센소지는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고,
(새해에, 보신각종을 울릴때 종로나 시청근처를 연상케 하는)
절 주변에는 장이 열려 먹거리나 장신구를 팔고있었다.

12월31일 오후10시부터 줄을 서서

대략 3시간 정도 기다려서 도달한곳.
뒤에 줄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고,
인파를 통제하기 위해 등장한 경찰들.

커다란 그릇 같은 곳에 소원을 빌며 동전을 던지고

 손뼉을 짝짝 두번치고 인사를 두번 하는 전통이 있다고
줄섰을때 일본인 아저씨가 가르쳐 줘서 따라 해봤다.


절주변은 이미 축제분위기.



일본 사람들도 새해 운세 보기를 좋아하는지,
여기저기 한해 운세를 뽑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레베카와 나도 시도 해보려고 했지만,
일본어를 전혀 못하는 관계로

'뽑아도 내용을 알수없다.'는 판단하에 구경만.

오미꾸지라던가. 액운은 매달아 두고 가고 행운은 가져간다던가.
곱게 접힌 뽑기 종이가 올 한해에 대한 기원을 말해주는 듯 했다.

에마.

그해의 십이간지가 그려진 나무판에 소원을 적어 매다는 풍습.
이라고 알고있다.
무슨 소원을 빌었는지 알 수 없지만,
 각자의 소망을 정성스레 적어 매다는 모습이 예뻤다.

우연히 찍은 모습인데, 왠지 정겨워 보인다.
차가운 몸을 녹이는 따끈함.

센소지에서의 장은 3일까지 계속 되었고,
조용하던 아사쿠사는 몇일간 계속 축제 분위기 였다.
나는 그이후로도 센소지를 몇번이고 다시 찾았고,
갈때마다 장이 서는 풍경은 보기 좋았다.

분주하게 움직이는 상인들.
늦게까지 켜진 불빛들.
운세를 뽑으며 좋아하는 사람들.


#4
기모노를 입는 사람들.


 

기모노를 입은 여자.

정초가 되면 절이나 신사에 소원을 빌러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데,

대개는 평상복을 입지만

많은 사람들이 기모노를 차려입고 나타난다.

기모노를 실제로 본것은 처음이었는데,
각자 저마다 개성을 살려 기모노를 예쁘게 차려입은 모습이

아름다웠다.

몇번 도촬 하다가 카미나리몬 앞에서 너무 예쁜 이분을 발견해서,

사진구걸?해서 찍은 사진.
너무 흔쾌히 사진찍기를 허락하며 포즈를 취해주는 바람에
흥분해서 전신을 찍는 다는게 발을 잘라버리는

크나큰 실수를 하고 말았다.
볼때마다 아쉬움이 남는다.

 
 

한복보다 기모노가 아름다웠다거나,
ㅡ한복은 한복 나름대로, 기모노는 기모노 나름대로 아름답다ㅡ

우리나라 사람들이 한복을 잘 안입어서

기모노 입는 일본인을 본받아야한다거나,
ㅡ시부야나 하라쥬쿠를 가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기모노를 입지 않는다.
한복이나 기모노는 평상복이 아니니까

 자주 입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ㅡ

그런 판단은 유치하므로 안하기로 한다.

우리나라 여자 한복에 해당하는 기모노는

대개 화려한 색채가 주였다.
허리에 맨 오비나 리본에도

꽤나 신경을 쓴 흔적을 찾아 볼 수 있었다.


목덜미가 슬쩍 보이는 디자인이

참 여성스럽다는 생각이 들었고,
기모노와 함께 신는 양말,

 신발(게다?), 다른 악세사리, 머리스타일 하나 까지
전체적인 조화를 고려한듯 했다.


실제로 기모노의 가격도 한복처럼 만만치 않은데

 예쁜 기모노 차림을 하기 위해 많은 투자를 한다고.


 


#5
도꾜타워.

도꾜타워는 빠리의 에펠탑을 본따 만든 거라고 한다.
빠리의 에펠탑이 무지 부러웠나보다.
(일본에는 자유의 여신상도 있다던데,

일본에도'모방은 창조의 어머니' 라는 말이 있는걸까?)

영화와 소설 '도꾜타워'탓에
왠지 도꾜타워에 가보고 싶어졌다.

도꾜타워는 실제로 올라가 보는 것 보다,

 멀리서 보는 것이 예쁘다는 말에,
롯뽄기의 롯뽄기 힐즈를 찾았다.

롯뽄기 힐즈의 전망대에서 도꾜타워를 보다.


해질 무렵 내려다본 도꾜 시내.
큰 도시에 갈때마다 전망대에 꼭 올라본다.
숲속에서는 숲전체를 볼 수 없듯이,
도시 한가운데서는 그 도시의 전체적인 모습을 볼 수 없다고

생각했으므로.

전망대에서 보는 도시의 다른 얼굴.

도꾜는 서울과 많이 닮아있다는 생각도 잠깐.
(교통체증!)

붉게 빛나는 도꾜타워.

'女子, 마흔 - 사랑을 배우다 사랑에 빠진 결과는
헤어지거나 미리 헤어지기를 결심하거나 둘 중 하나다..

 男子, 스물 - 사랑을 가르치다 사랑에 빠진 결과는
 귀머거리가 되거나 완전한 벙거리가 되거나 둘 중 하나다..'

라고 쓰여진 영화 포스터를 떠올리며,

이렇게 아름다운 도꾜타워를 보면서
어쩜 그런 슬픈말을 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으론 슬픔과 아름다움은 맞닿아 있는 걸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롯뽄기 힐즈 전망대 안 조명,장식.

롯뽄기 힐즈타워는 전망대, 미술관, 스타벅스, 명품샵 까지

복합화된 건물이었는데,
도꾜에 대부분의 큰 빌딩은 이런 스타일 이라고

같이 갔던 분이 이야기 해주셨다.

롯뽄기 힐즈타워 전망대는

아름다운 조명과 흥미로운 이벤트들로 가득 잘 꾸며져 있었고
뿐만 아니라 전망대를 방문하면서
모리 미술관 관람도 같이 할 수 있도록 되어있었는데,

모리 미술관의 전시 수준이나 규모면에서도

전망대 못지않게 훌륭했다.
방문자의 편의를 위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모리 미술관.

미술관에서는 사진을 찍을 수 없어서 안타까웠다.

이곳에선 둘인 모든게 부러워.

여행을 하면서 가장 어려웠던건, '외로움'이었다.

낯선 이방인으로,
정이 들라치면 떠나야하는 여행자로.

젓가락한쌍, 신발한켤레까지.
둘인 모든게 부러웠다.

혼자임에 익숙하다.
자부했던 나는 없었다.

아사쿠사의 센소지근처에서 찍은 사진.

앙상히 남은 가지가 날카롭게 보인다.
문득 길을 걷다가 멈춰서서 겨울을 느끼게 해버렸다.

'겨울나무와 바람,
머리채 긴 바람들은 투명한 빨래 처럼
진종일 가지 끝에 걸려
나무도 바람도 혼자가 아닌게 된다.

혼자는 아니다.
누구도 혼자는 아니다.
나도 아니다.
실상 하늘 아래 외톨이로 서 보는 날도
 하늘만은 함께 있어 주지 않던가'(이하생략)

라는 김남조의 '설일'을 떠올리며 사진을 찍었다.

고등학교땐가 중학교땐가 수업시간에 배웠던
현대시가 이렇게 와닿을줄이야.

지금와 생각해보면 왠 청승이냐 싶지만
이땐 진짜 외로웠다.(웃음)



#6
"밥은 먹고다니니?"

여행하는 동안에
가족들과 통화를 하거나 문자를 주고 받으면서
 가장 자주 듣는 소리가ㅡ
'밥은 먹고 다니냐?'였다.

두말하면 잔소리,

혼자다니는 것도 허전한데
배고프면 서럽더라,는
 생각에 매 끼니는 빠짐 없이 잘 챙겨 먹고 다녔다.

유럽 여행을 다녀온 남자선배 하나가,
내가 여행가기전에
'여행은 맛으로 남는거야'
라는 명언을 남겼다.

나역시, 동감한다.(웃음)

여행을 하면서
그 나라의 음식을 먹어보는것도
여행의 큰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일본음식이 입에 잘 맞았고,
(워낙에 일본음식을 좋아했다.)
일본에서 먹는 그 음식의 맛은 어떨까?
하는 호기심도 있었기 때문에 즐거웠다.

식당에 들어가서 옆에 사람이 먹고 있는 음식의 이름을

 물어 주문하기도 했다.
음식의 이름은 잘 기억이 안난다.

롯뽄기에서 먹은 라면.

국물이 조금 느끼했지만 너무 들큰하지도 않고

 냄새도 없어서 맛있었다.



아사쿠사의 한 오래된 식당에서 먹었던 소바종류 였는데,
옆에 아줌마 두분이 드시고 계셔서 이름 물어봤더니
아줌마가 대신 주문도 해주셨다는.

내가 단지 한말 한마디는
'아리가또'

야채 튀김같은게 고명으로 올라가있던.

규동

호주에서도 일식집 가면 규동 자주 먹었다.
소고기 덮밥쯤 되는건가. 요시노야 라는 식당에서 먹었는데,
매우 저렴하면서도 한끼 때우기 적절.
양파와 소고기만 볶은것 뿐인데, 맛있다+ _ +


타코야키

아사쿠사의 장터에서 찍은 풍경이다.
워낙 타코야키는 우리나라에도 많이 알려져 있었고,
종종 사먹었던거라 비교해 보려고 사먹었는데, 맛은 비슷한것 같다.
다만 다른게 있다면.
고운 파래가루? 같은걸 뿌려주기도 했는데,
개인적으로는 조금 싫었다.
타코야키를 주먹만하게 빚어주는 데도 있었다.

레베카에게 권했더니,
자기는 문어는 못먹겠다나? 젓가락질 몇번 하더니 포기했다.

히요꼬

병아리 모양의 만쥬 인데,
뽀송한 병아리 안에 달콤한 소가 들어있었다.
처음엔 '귀여워서 어떻게 먹어?' 라고 해놓고
냠냠 잔인하게 먹어버렸다.

끄레뻬

사진은, 시부야의 스페인 자가 라는 곳에 있는 끄레뻬가게,
일본애들은 끄레뿌? 라고 하던가.
도꾜 어디서나 끄레뻬가게를 많이 볼 수 있는 것 같은데,
한평 남짓한 아주 좁은 가게에서
수십가지의 다양한 끄레뻬를 만들어내는 것이 매우 신기했다.
일본어를 못읽는 관계로 손가락으로 콕 찝어서 주문했다.

일본에서 자주 먹었던 간식.
그립다.

센소지의 야시장에서 꼬치구이 였는데, 이름은 모르겠고.
돼지고기 소고기를 끼워 양념을 발라 구워주었다.
입술에 기름이 묻어나는 느끼함>_<

모양이 예뻐서 먹었는데 이름은 잘 모르겠다.

포도알이나 사과, 딸기등의 과일을 막대에 꽂아 설탕으로 코팅을해 반짝 반짝 거리는게 너무 예뻐서
나도, 레베카도, 모양에 반해 먹었는데, 이름은 잘 모르겠다.
전통적인 음식? 인것 같은데,
설탕이 이에 쩍쩍 달라붙어서 먹다가 뱉어버리고 딸기만 먹었다.

그러고 보니 다들 손에 들고만 다니지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덴뿌라우동?

튀김이 고명으로 올라간 우동,
우리나라에서도 흔하게 먹을수 있는 음식이지만,
개인적으로 모험은 별로 좋아하지 않으므로,
알고 있는 음식을 먹었다.

가쯔동, 부따동, 우동, 야끼소바, 오야꼬동, 스시 등등.
때론 익숙한게 좋은거다.


 


#7
Hello, stranger?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 여행을 하면서 외롭기도 했지만 좋았던 점이 있다면,
그 어떤 누구와도 맘만먹으면 친구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사실,
일본에서는 일본인 친구를 사귀지 못했다.
여행하는 내내 호스텔에 머물렀기 때문에
대개는 타지에서 여행온 사람들과 친구가 된다.

여행 마지막날 밤에 같이 맥주를 마셨던 카멜이 준
'쁘띠 미뇽 라방'
(작고 귀여운 토끼라는 뜻의 프랑스어라고 하던데..?)
'빠리에 오면 연락해'라면서 명함을 줬다.

그러고 보면 여행을 하지 않았다면 평생 만나지 못했을 사람들,
그리고 살면서 다시 볼 수 있을까 싶은 사람들.

여행을 하면서 얻은게 있다면,
'흔치 않은 인연' 일게다.
감사하게 생각한다.

일본에서 만난 많은 친구들.
한국에서 내나이 또래가 사는 삶이 아닌,
전혀 다른 모습으로 20대를 살아가는 그들을 보면서
내가 가지고 있던 20대의 정형화 된 모습을 깨어버렸다.

그가 사라진 골목.

일본에 도착한날,
전철을 잘못타서 오들 오들 떨면서 길을 헤맬때,
도와준 일본인이 한명 있었다.

우연히 전철에서 만났는데,
아사쿠사에 사는, 그것도 내 호스텔 바로 옆골목에 사는 남자!
내 숙소 앞까지 데려다 줘서 눈물나게 고마웠다.

캐리어 들어주고, 어설픈 영어로 설명 해주려고 애쓰고,
나에게 '춥다'는 '사무이',

'피곤하다'는 '츠카레토'라고 가르쳐줬는데,
피곤하고 정신 없어서, 고맙다는 말 '아리가또'도 못했다.

그가 사라진 골목에 몇번 멈춰 섰던 기억이 난다.
고맙다는말. 했어야했는데. 아쉽다.


 


#8
밤거리를 걷다.


혼자 여행을 하면서 안타까웠던것 하나는,
밤에 잘 돌아다닐 수 없다는것이 었다.

워낙에 소심하고 겁이 많은 터라,

 밤거리를 혼자 걷는 일은 많은 용기가 필요했다.

걱정과는 달리, 아무일도 없었고, 즐거웠다.

같은 장소도 낮과 밤의 얼굴이 다르다.

아사쿠사에서의 밤이 낮보다 더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까닭은

 종이등도 한몫 하는 것같다.

센소지가 숙소로 부터 5분정도 거리에 있던 탓에

 매일밤 센소지를 찾았었다.
돌아오는 길 한적한 골목길에서 한컷.

 

마지막 사진은 오뎅? 이라고 쓰여있는건가? (웃음)


이건 밤길에서 만난 호랑이.
(웃음)
고랑이쯤 되겠다.

밤길을 걷다보면 길냥이들을 많이 만난다.
고양이들이 사람을 피하지도 않고,
오히려 다리에 와 감겨들기 까지 한다.
예뻐서 쓰다듬어 줬지만
주머니에 소세지나 간식이 없어서 미안했다.


 
추운지 조명을 쬐던? 고양이들.
 



#9
지극히 개인적이고 일상적인 여행.

나는 도꾜에 겨우 6일동안 머물렀다.

내가 포스팅의 제목을
'미도리의 도꾜 크로키'라고 정한 이유도 거기에 있다.

아주 짧은 시간동안,
나는 지극히 내가 가고싶은 곳만 가고
 내가 보고싶은 것만 봤고
내가 먹고 싶은 것만 먹고
내가 찍고 싶은 것만 찍었다.
(물론 게으름때문에 못찍은 것도 있지만)
ㅡ나는 여행을 했지, 가이드북을 쓰러 간게 아니기 때문에ㅡ

다시 도꾜에 다녀온다면
'도꾜는 이런곳이야'하고 다른 말을 할지도 모르겠다.

사람들 마다 지극히 개인적인 기준을 가지고 기억을 편집한다.
이 포스팅은 지극히 개인적인 기록임을 밝혀둔다.



 초반에 여행을 시작했던 때가 생각이 난다.
모든 결정을 내가 직접 해야하는 단독 여행.

처음 여행을 떠났을때,

 두렵기도 하고 외롭기도 하고 불편하기도 하고
내가 왜 여행을 시작했을까 하고 후회도 많이 했다.
ㅡ사실 난 여행을 좋아하지 않으므로ㅡ

또 여행이라는 특수한 상황? 에 처해 있으므로
 조금이라도 더 보고가야지, 더 찍어가야지,
조바심내고 스스로의 강박에 시달리던 내가 떠오른다.
말만 자유여행이지, 전혀 자유롭지 않았던 것 같다.

여행이 끝나갈 무렵이 되어서야
많이 여유로워 지고 마음이 편안해진 나를 만날 수 있었고,
좀더 머무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함을 스스로 깨닫게 되었다.

나는 도꾜에 머무는 동안
일과를 마치고 스타벅스에서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엽서를 쓰고, 일기를 쓸때가 가장 행복했다.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들과 만나는 것은 비일상적인듯 하지만,
비일상적인것만이 여행에서 얻을 수 있는 전부는 아닌듯 하다.

일상과 비일상의 조화,
그안에서 느껴지는 일상적인 생활의 소중함,
익숙한것이 주는 편안함에 대한 그리움.
그리고 비일상적인 생활이 주는 상쾌함과 자극.

그게 내가 느낀 여행의 매력인듯 하다.

사랑스런 도시 Melbourne1

30인치의여행 2008. 1. 18. 11:24 posted by yeena,

#1
Melbourne으로 떠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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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사진은 Sydney에서 Melbourne으로 가려고 공항에서 기다릴 때.
Sydney에 머무를 때는 비가 오곤 했는데 떠나는 날은 언제나 맑다.
Sydney에서 만났던 많은 사람들이 Melbourne을 입이 닳도록 추천했다.
Melbourne에 대한 기대로 부풀어 있었지만
한편으론 또 낯선곳에 대한 두려움도 없지 않았다.
(긴장해서 평소와 달리 다리를 떨고 있었다.)




 



#2
Melbourne의 첫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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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dney에서 jetstar를 타고 약 2시간 정도 걸려 Melbourne의 Avalon공항에 도착했다.
Melbourne에는 몇개의 공항이 있다. Avalon은 그 중에 하나 이다.
Avalon은 원래 Quantas의 화물기가 이용하는 공항이라고 들었는데
Jetstar를 타면 Avalon으로 오게 되는듯...?
공항답지 않게 매우 작고(버스터미널 연상) 외진곳에 있었다.
Melbourne으로 가려면 약 2시간 정도 셔틀을 이용하여 Melbourne시내의
Southern Cross라는 터미널로 이동해야한다.
(07년 11월에 편도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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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틀을 타고 가는동안 밖에 보이는 건 황량한 들판 뿐,
유럽을 연상시킨다는 Melbourne을 기대하던 나에게
셔틀을 타고 가는 이어지던 황량한 들판은  지겹기만 했다.

사진에는 없지만 그러다 간간히 커다란 건물들이 노을빛에
붉게 번쩍거릴 때,
"아 드디어 Melbourne이구나!" 하고 감탄했다.
그때 붉게 반짝반짝 거리던 건물은 뒤에서 소개할 Melbourne Observation Deck!

도착해보니 해가 져
Melbourne의 첫인상은 '두려움'이었다.
Spencer St의 Southern Cross에 도착해 캐리어를 끌고 거리로 나갔을 때,
한국인 여자분 하나를 만났는데,
'주말이나 밤에는 이 거리를 돌아다니지 말라'라는 충고를 들었기 때문이었다.

곧이어 눈두덩을 시커멓게 칠한 펑크족과
술병을 들고 길거리에서 광란의 파티를 벌이는 백인들을 만나고
경찰차가 와서 머리에 피를 흘리고 있는 한무리의 사람들을
연행해가는 모습을 눈앞에서 보고나서
Melbourne에서의 생활이 걱정스럽기 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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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lbourne의 시내 Map .
호주 정부 관광청 한국지사에서 낸 가이드북에 있던 것인데,
그냥 보통. 가이드북에서 추천하는 곳은 거의 다 가봤는데, 별로여서 그냥 지도로만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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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Melbourne의 상징이라고 까지 여겨지는 Tram의 가이드북에서 스캔한것인데,
Melbourne에서는 주로 Tram을 이용해 이동하게 되고 무료Tram을 이용하면 교통비를
아주 많이 줄일 수 있으므로 Tram 가이드북은 챙겨두면 좋다.
이 가이드북은 Melbourne의 대표적인 약속장소인 Flinders Station에 가면
 구할수 있다는데,
나는 Tram안내원인 Kevin에게 직접 받아서 정확히 어디서 구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여기 저기서 쉽게 구할수 있도록 많이 비치되어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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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쨋든 두려움에 떨면서? Melbourne의 숙소로 택시를 타고 갔다.
무료 Tram을 알았더라면 택시비 안써도 됬을텐데, 라는 생각이 들 때마다.
30인치 30kg을 육박하는 짐을 생각하면 잘탔다고 위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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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아침, 한산한 Melbourne시내 거리.
금요일과 주말밤의 난동(특히 멜번컵시즌엔 심각)은 온대간데 없고
조용하고 한산한 모습이다.
맑은 날의 멜번.



#3
잠자리가 편해야 여행이 즐겁다.


Melbourne에서 머무르는 2주동안 두군데의 숙소에서 묵었었는데,
숙소에 따라서도 여행이 달라질 수 있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여행을 하다보면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밖에서 보내고 들어와서 씻고 잠만 잘것같은데'
라고 생각하고 무조건 후져도 싼숙소를 찾는 경우를 종종 보았다.
물론 잠자리가 더럽건 시설이 후지건 아무 상관없이 잘 지낼수 있는 사람은 괜찮지만,
여행이 낯설고 잠만은 푹 잘자야 한다 싶은 사람,
나처럼 여행지에서도 하루종일 침대에서 늦잠을 자고 뒹굴거리기를 좋아하는사람,
자주 숙소에 들락거릴것이고 오래 숙소에 묵으려 한다면
무조건 싼숙소보다 적절한 숙소를 고르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하루종일 여행으로 피로한 심신을 숙소에서 달콤한 잠으로 풀고
다음날 다시 활기차게 여행을 하는 것도 하나의 요령이라면 요령이기 때문이다.

물론 여행경비가 넉넉하고 메이트가 있어서 좋은 호텔에서 오붓하게 둘이 묵는다면
더할나위 없이 좋겠지만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경비를 따져야 하고
혼자여행을 한다면 숙소는 대부분 dorm을 사용하게 될 것이다.
숙소를 정할때는 우선 시내나 다른 관광지와의 접근성을 고려하는 것이 좋고
(교통비가 만만치 않으므로)
전혀 정보가 없는 곳에 머무르려 한다면 대뜸 장기간 숙박비를 결제해버리기 보다는
이틀이나 사흘정도로 짧게 결제하고 나중에 연장하는 게 좋다.
정보는 사람마다 차이가 있으나 같은숙소의
룸메이트나 여행자들에게 물어보는것이 가장 좋다.
생생한 정보를 얻을수 있기때문에!

TNT잡지에 할인 쿠폰이나 Vip카드 유스호스텔카드등을이용해
할인을 받는것도 현명한 방법이다.



자, 이제 Melbourne에서 일주일씩 묵었던 두 숙소를 비교해봅니다.


처음 1주일을 묵었던 숙소는 GreenHouse로
웹상에서 한국인들 사이에 좋다고 입소문이 자자한 숙소인데,
도착해서 가보니 소문대로 아주 좋았다.

우선 위치상으로 시내 한 복판에 있어서 (Flinders lane)
Tram을 이용하기에도 매우 편리하고 옆건물은 Police station이고
바로 입구 1층에 관광Guide와 지하의 Pub을 겸업하고 있기 때문에 매우 편리하다!!
마트와 편의점 리큐르 샵, 기념품가게, 쇼핑센터까지 모두 가깝다.

게다가 도착해보니 bedding도 잘되어있고 staff도 친절하고
(CSI의 존그리샴 반장을 닮은 훈남Staff 이 있었..)
카드키 이용에 세면장도 깨끗하고 카펫이 잘 깔려있고 냉방도 잘되고
아침에 청소도 잘 해주고 인터넷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아침 식사무료에 요일별로 파스타데이, 빅블랙퍼스트데이등이 있어서
주변보다 꽤 비싼 숙박요금에도 불구하고 인기가 있고
오히려 괜찮다는 평가를 많이 받는 편이다.

보통 예약을 안하면 방을 구하기 어려울정도로 인기가 있고,
할인되는 카드가 없다는게 단점이고, (장기간 숙박하면 조금 할인이되는걸로 기억)
세탁비는 조금 비싼듯 하지만 Coin을 넣고 사용하는데 Card type보다 오히려 더 편리.

여기서 mixed dorm을 처음 이용했었는데,
처음에는 사실 굉장히 껄끄러울 줄 알았는데 오히려 더 편했다.
(남자아이들이 잘 대해줘서ㅋㅋ)
나만 빼고 4명의 (독일,프랑스,영국,캐나다)남자아이들과 같이 방을 썼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불편한적 없이 즐겁게 생활할수 있었다.
(물론 룸메이트를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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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사진들은 Greenhouse의 6 bed dorm의 내부 사진.
5 bed dorm도 있는데 조금 작다.
mixed, female, male dorm등 type도 여러가지.

두번째 묵었던 곳은 Flinders Station Hhotel 인데, 안타깝게도 내부 사진이 없다.
(사실, 찍고싶지 않았지ㅜ)
이 숙소도 꽤 유명한데, 우선 위치가 아주 좋고, 가격이 GreenHouse에 비해 싼편이다.
 역시 아침식사 무료, 인터넷과 세탁은 Card 충전식.

그러나 식당도 좀 지저분하고 냉방이 잘 안되고, 전체적으로 많이 낡고 방이 좁다!
아침에 세면장 청소를 1시간 이상해서 화장실 이용불편하고, 엘리베이터의 잦은 고장과
카드키의 잦은 에러로 비상통로를 많이 이용했는데 잘못해서 갇히면..Or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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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inders Station Hotel에 방에서 찍은 사진.
시내 한복판이 보인다.
한블록 차이인데도 위치는 GreenHouse보다도 이쪽이 더 노른자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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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Melbourne거리.
Melbourne에 머무르면서 봄, 여름, 가을, 초겨울의 계절을 다 겪었다면,
좀 허풍쟁이라고 하려나.

Melbourne은 날씨가 굉장히 변덕스러웠다.
어느날은 반팔, 민소매만으로도 땀을 찍어 내는가 하면,
어떤날은 후드쟈켓에 스카프를 둘러도 오들오들 떨기도 하고.

아침엔 맑다가 점심땐 비오고 저녁때는 비바람이 몰아치기도 한다.
Melbourne의 미친날씨에 대비해서 계절적으로 믹스앤 매치를.




#5
Flinders Station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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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inders Station은 Melbourne관광을 시작하기에 가장 적합한 장소라고 생각된다.
길건너에 언제나 축제분위기인 Federation Square와 River Yarra,
다리건너로 보이는 South Gate는 일몰이 로맨틱한 곳으로 유명하다.
게다가 성바오로 성당과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촬영지로 유명한 골목도 근처이다.
그래서 인지 모든 사람들이 약속을 잡을 때
Flinders Station을 약속장소로 많이 정한다고.

사진은 한산한 Flinders Station의 모습.
이른 아침이라 한산한 모습이다. 하지만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면
스케이트보드를 탄 남자여자아이들, 백발 노부부, 히피같은 차림의 연인들등
수많은 종류의 사람들을 만날수 있는 곳이다.

주변에 노점에서도 맛있는 간식거리를 팔고 있고, 길건너편에 St. Kilda Beach나
Royal Botanic Garden 으로 가는 Tram을 탈수도 있고 Melbourne시내를 사각형으로
들러가는 관광용 무료 Tram이 지나기도하니 Fliders Station을 안거치고
Melbourne을 본다는건 거의 불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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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inders Station 밤의 모습, 노란 조명으로 꾸며져 더욱 아름답게 느껴진다.
나는 Flinders Station앞에서 약속을 잡아본 추억이 없다는게 많이 아쉽다.
역앞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마음에 설렐 수 있다는 것.
분명 아름다운 기억이 될 수 있을것이라 생각한다.
사람 구경하기도 좋다.




#4
Melbourne시내, 이곳을 추천해!


Flinders Station 대각선으로 맞은편에 있는 성바오로 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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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인 배경이나 전문적인 설명은 가이드북에서 참고하시고,
뭐랄까, 항상 조용하면서도 외부인들의 방문을 마다하지 않는 곳이다.
뾰족뾰족 높게 솟은 건물들이 Melbourne의 아름다운 유럽풍의 건물들과 잘 어울린다.
기념품 가게에서 묵주반지?나 십자가 공예품등을 팔고있었다.
그냥 들어가서 사진만 찍고 나와도 괜찮다.

이어서 계속.


눈, 눈이 오는구나.

먼지쌓인방 2008. 1. 16. 11:36 posted by yeena,

가볍게,
그러나결코무의미하지않게,
그렇게나에게날아들어와.
따뜻한온기로눈물흘리게해.
차가워진볼을부비며,
겉옷을털며하얀입김이서린웃음지어줘.



눈,

눈이오는구나

보고싶어,

먼지쌓인방 2007. 9. 29. 21:22 posted by yeena,


당신웃는얼굴,
보고싶어.
귀여운그표정만본다면,
난온통녹아내리고말텐데.

그리움의 연서戀書.

먼지쌓인방 2007. 9. 12. 21:20 posted by yeena,

길고 긴 그리움의 연서의 마지막줄에.
'그립다.'고 쓰려다 지워버리고,
눈물로 마침표를 찍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