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매일 안녕.

먼지쌓인방 2006. 11. 5. 20:55 posted by yeena,
'엄마뱃속에서태반과인사하는그어느날부터,
 다음날이없는그어떤날까지.
매일매일안녕하고살고있으니,
그다지이별이무섭지는않아.'

라고말하고나서
가만히생각해봤다.

매일매일떠나고싶어하면서도
막상떠난다는말을하면눈물이앞을가리는나는,
이별앞에서한없이작아지는아이인걸까.


어떤 하루.

먼지쌓인방 2006. 10. 23. 20:46 posted by yeena,

하루종일고민하다가
결국은정말너무평범한모습으로약속장소엘나가.
늘그렇듯서점에서는기다리는시간조차도재미가있어.
그렇게읽고싶었던책들을야금야금훑어볼수있으니까.

사소한내감정들로어색해지는분위기는견딜수없어.
우리는그냥즐거우니까.

난운동화를신고올껄하고후회를하고,
앞서가는너의뒤를비토아콘치처럼
혹은각인효과된조성조早成鳥처럼따르네.

똑같이생긴작은가방속엔
오늘은어떤이야기를담게될까.

젊은거리를걸어나갈때면
치이는인파에내어깰잡는손과나쁘지않은정도의마주하기.

아껴두려고품에숨기고
혀끝으로맛만볼법한구석진술집에서도
이제는기억이너무흔해아픔조차무뎌진술집에서도
기분좋은너의웃음과네가만들어내는싫지않은연기燃氣.
너의연기
너의燃氣
너의燃氣
너의燃氣
너의燃氣
너의燃氣
너의연기演技.

술기운탓에뛰어대는맥脈탓에약간은격앙된어조로
무슨말을하고있는지무슨말을해야할지어떤단어를써야할지
시시콜콜한이야기를하는중에도고민을하게되는.
적당히끝을얼버무렸어야하는이야기임에도그러지못한데에대한후회.

적당히나를숨기면
이렇게우리는즐겁고
이렇게우리는편하고
이렇게우리는계속나쁘지않은친구일텐데.

돌아누워취한듯잠에빠지는나는
허전한손끝이,감싸는손길이없는뒷모습에.
내가그렇게피하고싶은사람인지,별가치없는고민에빠지고만다.

피곤기어린얼굴에아침공기가닿아
견딜수없는하품이터져나오면
따뜻하게잡아오는너의손을잡고도
왠지나는버려진사람처럼
왠지나는마지막인사람처럼
쓸쓸한기분을잊으려,또잊어보려,빨리잠에빠지려.

일일日日.

먼지쌓인방 2006. 9. 22. 20:42 posted by yeena,
매일매일,
나를둘러싼세계가
그각도를달리한다.
그기울기를달리한다.

연정戀情은묽어져만가고,
그리움의시간은아찔하게도짧아,
호好,불호不好의경계가모호해지면.

나는어른이되었는가.
하고조용히물어본다.

10대의소년이성장통을앓듯,
나는그렇게앓아왔던가
나는그렇게피흘려왔던가.

나의생채기에입술을대어본다.
비릿한혈구血求가코점막에날아붙어와뇌로보내오는신호는
나에게로의화해인가,
나에게로의전쟁인가.

매일매일나는달라진다.
세계를바라보는나의고개가
지구의地求儀의황도黃道에눈을맞추고있다.

시간이 해결해 준다는 말.

먼지쌓인방 2006. 7. 7. 21:36 posted by yeena,

시간은흘러서아픔을무뎌지게하지만
아픔은가시지않아,
다만그아픔에내가익숙해지는것일뿐.

시간이흘러서기억은옅어지게하지만
기억은지워지지않아
다만그기억은잠시접어두는것일뿐.

시간이해결해줄거라고믿으며그렇게덮어두고지내지만
결국흐르는시간앞에서한없이아쉬워하고섭해하는까닭은
그기억을곱씹으며흐르는시간조차도손가락으로꼽아세고있기때문일까.

흐르는시간이무심하다생각이되는이유는시간이모든것을해결한다고믿으며덮어둔
자신에대한책망혹은마무리짓지못한일들ㅡ일방적으로끊어버린전화나잘라버린감정따위ㅡ에대한원망.

시간이모든것을해결할꺼라말하지마.
시간이해결해줄거라한들,
약해진어느순간에,
잊었다고믿었던그어느순간에,
불현듯나타나반을괴롭힐텐데.

자취생이 된다는 것.

반토막의정어리 2006. 2. 27. 00:42 posted by yeena,

새로칠한매니큐어와손톱이
망가질까봐걱정되고속상하지만,
양말과속옷은꼭손으로문질러빨아야하고.

현미쌀과브로콜리가떨어지기전에꼬박꼬박사야하고,
현미쌀은잘불려서일반쌀보다물을많이넣어야,
밥이보드랍게되고,
브로콜리는억센부분은다듬어서,
끓는물에소금을넣고살짝데쳐야색깔이예쁘고.

두여자가사는낡은자취집에는쓸고닦아도왜먼지가쌓이니,
머리카락은도대체얼마나빠지는거니,
바닥은쓸고닦아도늘지저분해보여.
긴머리의두여자가사는자취집에는
향이좋은샴푸와린스는늘여분이있어야해.

세탁기는하루에두번이상돌아가고,
섬유린스가떨어지면누가먼저랄것도없이사다놓는게규칙이야.

지퍼락이니락앤락이니하는밀폐용기는싸이즈별로모양별로찬장가득차지하고ㅡ,
랩과비닐백쓰레기봉투휴지는모두넉넉하게준비되어있어.

올라올때없었던가방이니옷가지니한방가득차지해버리고,
자질구레한화장품은정리상자안에,향수는병이크니까그위에정리해야해.

전엔손도대기싫었던화장실변기,
왜화장실전용세제로닦고또닦아도꼭몇일후면물때가끼어있니,
구역질나지만변기를마주하고이곳저곳닦아야마음이편하고
화장실바닥까지솔로박박문질러닦고나야그래도깨끗하다는생각이들어.

채수구에낀머리칼들은손으로집어서얼른휴지통에버리고
어느여학생의집처럼두가지이상의클렌징폼과바디샤워,
양파모양샤워버블은제자리에있어야해.
잘마른수건은가로로네번세로로세번접어서나란히세워놓아야꺼내쓸때기분이좋아.

일년전엔음식물쓰레기비우기가온갖집안일중에제일하기싫은일이었는데
어떻게든피하고싶은일이었는데
지금은무심한척비위좋게버리지.

열쇠로문을열고아무도없는집에들어오는게익숙해지고
'그아무도없다'는공기속에나를들여놓을때도눈물이나지않지.

내공이쌓인알밥이나,펜네속에볼로네즈소스가들어있는파스타는친구들이오면대접하고.
얼그레이,오렌지피코,블렉페스트,로얄블렌드,다즐링...
선물받은고급홍차는자취생의사치일까.

손이거칠어져,장갑끼면느낌이좋지않아,핑게대며하기싫던설거지는
가끔접어뒀던여러가지생각을할수있는시간이되.

지금도
소형청소기가왱왱거리면서자기맡은바를다하고

잠자기전이런글이나몇자적을수있는.
나는이제는자취2년차프로급자취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