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쌓인방 2010. 5. 13. 02:56 posted by yeena,


언제나 화려한 인생을 꿈꾸어

거부가 될거라는 괘를 받아들고는 마음이 금을 품은듯 반짝였다.

나이가 들수록 잘되어 잘 살거라는 말은

나약한 시간을 움직이게 하는 미혹한 믿음이 되었다.

 

 

차가운 운명의 서가, 

네 어미와 네 운과 네 생을 일러주고

내 사랑, 너를 자꾸 나락으로 끌어당길 때,

반짝이던 행운의 괘도 나를 움직이던 미혹한 믿음조차도.

모두 내 운에서 빠져나가 버리길 바랐다.

 

 

곧 결혼운이 있다던데 아직 그 녀석과 만나냐, 하시며  

아버지의 미간에 잡힌 주름은 마음을 무겁게 한다.

 

 

아주 여물게 혹은 무척이나 이악스러웁게

난 잘 살거예요,

하고 걱정말라는 듯 말했지만.

나는 통속극의 한 장면을 떠올리며

한참이나 미경에서 서성였다

당신의 이름 석자 옆에...

먼지쌓인방 2010. 2. 11. 03:07 posted by yeena,


연습장 한 귀퉁이에 당신의 이름을 적어놓고.
그 곁에 내 이름 두 글자를 긁적여 두고보니,
내 이름이 너무 작고 초라해보여 누가 볼까 까맣게 칠해 지우고 만다.


 

반토막의정어리 2009. 12. 3. 01:26 posted by yeena,


작은 집으로 이사오면서

내 30인치 트렁크는 먼지를 먹으며 벽장 속에 붙박이 신세다.

 

그 누구의 것보다 화려하고 근사하게 반짝이던 내 30인치의 꿈.

 

눈물로 내일이면 쌓일 먼지를 닦고,

꼬깃꼬깃 접힌 꿈 앞에 마지막 숨을 불어 넣듯 한숨 짓는다.

 

눈물짓는 오른 눈 대신 카메라를 끼워 넣고,

찰칵 찰칵 눈 앞에 펼쳐진 빛 망울 쫓고 싶다.

 

끝.

먼지쌓인방 2009. 11. 25. 04:04 posted by yeena,

이것으로 내가 네게 줄 수 있는 모든 기회는 끝났어.
여기서 우리 그만 끝.

눈 맞추는 사랑

먼지쌓인방 2009. 10. 31. 16:44 posted by yeena,


한동안 뜸하던 우리 커플 블로그에서 너의 새 글을 읽었을 때,
 
늘 항상 내가 좋아하던 사람에게 맞추던
ㅡ 몸도, 마음도, 취향과 감정까지도ㅡ
나의 사랑이라는 행동들이 어리석었음을 깨닫는다.

네가 내게 고개 숙여,
눈을 맞추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너무 행복하다.
고맙고, 또 사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