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쌓인방 2009. 5. 29. 18:03 posted by yeena,

나를 좋아해?

ㅡ 널 싫어한다고 생각하니?




단 한번도 내게 좋아한다 말하지 않은 너.
돌아서 가는 나를 붙잡을 자격.
너 한테는 없잖아.

미련스레 이어왔던 너와의 감정을
애써 자르려는 내게 어쩜 그럴 수 있냐고 말할 자격.
너 한테는 없어.

넌 단 한번도 나를 사랑하지도 좋아하지도 붙잡지도 않았으니까.

순례

반토막의정어리 2009. 4. 26. 02:08 posted by yeena,

 

샤보르가 사는 그 곳을 지나.

새로운 성지를 찾아.

우리는 밤 새 떠돌았네.

 

달라고,

먼지쌓인방 2009. 4. 22. 02:43 posted by yeena,


달라고,
다른 것 말고,
그대 마음 하나만 달라고,
나 그렇게 조르고 또 졸랐는데.


그대는
온 길 돌아
가 버렸네.

사랑니와 같아서

먼지쌓인방 2009. 4. 19. 04:01 posted by yeena,
얼마전에 뽑은 세개의 사랑니 자리에 자꾸 음식물이 낀다.
무엇인가를 먹고나면 양치로도 빠지지 않는 음식물 덩어리를 빼기 위해 고생을 한다.
종종 심한 양치질 탓에 칫솔모에 피가 묻어 나오기도 한다.

혀를 대어보면 사랑니 뺀 그 자리는 그 커다란 이가 자리잡았던 그 곳이
텅 비어 버린것을 확인 할 수 있다.
잇몸이 움푹 움푹 패인 자리를 가만히 혀로 느끼다가
몇 년 전에 뽑았던 사랑니 자리가 잇몸으로 제법 메꿔져 있음을 발견했다.

아, 그리고
지금의 이 입안의 빈자리 같은 마음의 자리도.
언젠가,
내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잇몸같은 사람으로 채워져 있으리라 생각하니
마음의 조급함을 덜게 된다.


지난 사람의 빈 자리도
사랑니와 같아서.

불가사리 여자

먼지쌓인방 2009. 4. 17. 13:25 posted by yeena,

눈 먼 고기 하나 없는 모난 바다에 등을 대고,

식어버린 한 덩이 재 같은 나를 끌어 안으며 침몰하는 밤.

금속성의 하늘엔 방추형의 모난 얼굴 하나가 걸린다.

 

미웁다.

네가 참, 미웁다.

 

나는 모진 말로 너를 상하려 하고, 네게 돌을 던진다.

네가 팔이 잘리우고 아프다 울음을 터뜨리고 나면,

나는 달려가 너를 안고 미안하다 함께 운다.

 

나는 네 생채기가 아물기도 전에 또 돌을 던지고, 너를 짓이긴다.

네 잘린 팔이 다시 돋아나는 수만큼 우는 너를 안아 달랜다.

나는 황금처럼 너를 안고 사랑한다 함께 흐느낀다.

 

깊은 바닥으로 노란 수선화 한 송이 떠와 내려앉으면

나는 침몰하는 별, 오르도비스기부터 그래온 것처럼,

반짝 하고 빛나는 숨을 내 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