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화과가 꽃을 피운다.
아무도 모르게,
아름답지도 않은,
눈에 띠지 조차 않는 꽃을 피운다.
봄부터 이맘때까지 한참,
수 없이 많은 꽃을 피우고,
조금 높아진 가을 하늘 아래엔 맺음 하려 애를 쓴다.
8월의 작열 하는 햇살 아래.
꽃잎 한번 내비추지 못한 무화과가
암술과 수술을 흔들며,맺음 하려고 애를 써본다.
시간이 조금 더 흐르고
이 작열하는 여름도 그 숨을 다하면,
무화과 나무에는 무화과가 열리겠지.
열매의 끄트머리부터 붉은기가 타고 올라와
단단했던 열매를 무르게 하고
곧 단내를 풍기며 곤충을 유혹하겠지.
나는,
설익은 무화과 열매를 줏어먹은
어린날의 기억을 쫓듯. 성급하게, 조급하게,
서두르며,아직 물러지지 않은 독기를 잔뜩 품은듯 단단하기만한
열매를 딴 아이처럼 군다.
풋내나는 과육을 맛 보는것에는
식물이 제 종자를 지키기 위해,
타고난 식물 본능적인 독기로 인한
아릿한, 통증을 동반한다.
나는 당신이 거는 말 한마디 한마디에 말 한마디 한마디에
혀끝부터 가슴 한 구석 까지 견디기 힘든 아릿함을느끼고.
나는 마치
어리석었던, 성급하기만했던,기다림이라는것에익숙치않았던,
어린이로돌아간듯, 어쩔줄 몰라 후회 하며 울음을 터뜨리지만,
이미 붉게 부어 올라 버린 입주위를 소매로 훔치면서도,
손에 쥔 열매를 놓아버리지 못해, 던져 버리지 못해,
이렇게 울먹 거리기만 한다.
제 몸속에 품은 셀 수없이 많은 까만 종자들이
연한 과육을 뚫고 나오기를 기다리듯.
나는 스스로가 짓물어져 단내가 풍기도록.
그렇게 이를 악물고 8월을 견뎌내고 있다.